미국은 장기국채 금리를 억누를 수 있을까?
오늘의 뉴스(26.8.31)
미국 재무부는 8월 19일 10~20년과 20~30년 구간의 명목 장기국채 유동성 지원 바이백 한도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시행 시점은 9월 9일이며, 적어도 다음 분기 국채발행계획이 발표되는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중앙일보 오피니언은 이를 ‘재무부 트위스트’라고 설명한다. 만기 1년 이하의 단기국채인 T-bill 발행 비중을 늘리고, 조달한 자금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장기국채를 되사면 장기채 공급 부담을 낮춰 가격을 올리고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정부가 장기금리에 민감한 이유는 국가부채의 이자 부담만이 아니다. 장기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민간의 장기 자금조달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점이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주택시장과 기업투자가 함께 위축될 수 있다.
다만 공식 발표와 시장의 해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재무부는 바이백 확대 목적을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 지원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고 공식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재무부 트위스트’와 ‘스텔스 QE’, ‘금융 억압’은 이번 조치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시장과 칼럼의 해석이다.
장기국채 금리는 왜 오르고 있을까?
장기국채 금리는 단순히 현재의 기준금리만 반영하지 않는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장기국채 금리 ≈ 향후 단기금리의 평균 예상치 + 기간 프리미엄
기간 프리미엄은 장기간 돈을 묶어두면서 감수해야 하는 물가·금리·수급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커지고 장기국채 발행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질 우려나 국채시장 유동성 저하도 기간 프리미엄을 높인다.
따라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재정적자, 국채 공급과 물가 우려가 커지면 장기금리는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이 마주한 문제도 단기 정책금리와 장기 시장금리가 따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T-bill이란?
T-bill은 Treasury bill의 줄임말로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하 단기국채다.
미국 국채는 만기에 따라 대체로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 구분 | 만기 | 일반적인 이자 방식 |
| Treasury bill | 1년 이하 | 주로 할인 발행, 만기에 액면가 지급 |
| Treasury note | 1년 초과 10년 이하 | 6개월마다 이자 지급 |
| Treasury bond | 10년 초과 | 6개월마다 이자 지급 |
T-bill은 보통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되고 만기에 액면가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1만 달러짜리 T-bill을 9,800달러에 사서 만기에 1만 달러를 받는 식이다. 실제 수익률 계산에는 만기와 시장 관행이 반영되므로 단순히 할인액만 표면금리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T-bill은 만기가 짧아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작고 현금성 자산에 가깝다. 머니마켓펀드, 은행, 기업과 해외 중앙은행 등 단기 안전자산 수요가 주요 매수 기반이다.
T-bill을 늘리고 장기채를 되사면 무엇이 달라질까?
재무부가 T-bill을 더 발행하면서 장기채를 바이백하면 정부부채의 만기구조가 짧아진다.
T-bill 추가 발행 → 단기자금 조달
↓
기존 장기국채 바이백
↓
장기채 유통물량·유동성 부담 완화
↓
장기채 가격 상승 압력
장기채 금리 하락 압력
특히 거래가 뜸한 과거 발행 장기채를 재무부가 사들이면 딜러가 떠안아야 할 재고가 줄고 매매가 쉬워진다. 국채시장의 유동성 프리미엄과 기간 프리미엄을 일부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채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다. 장기부채 일부를 단기부채로 바꾸는 데 가깝다. 단기금리가 높게 유지되거나 T-bill 차환이 어려워지면 정부의 단기 이자비용과 차환 위험이 커진다.
또 연준의 QE와도 다르다. QE는 연준이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지급준비금을 새로 만들어 국채를 매입한다. 재무부 바이백은 원칙적으로 세금, 국채 발행 또는 보유 현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따라서 장기채 수요를 늘리는 효과는 있어도 통화량을 직접 창출하는 QE와 동일하지 않다.
FIMA Repo 기구란?
FIMA는 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의 약자다. FIMA Repo Facility는 해외 중앙은행과 국제통화당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팔지 않고도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빌릴 수 있게 해주는 상설 Repo 기구다.
해외 중앙은행에 달러가 급하게 필요하면 보유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다. 여러 국가가 동시에 국채를 팔면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FIMA Repo는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임시 조달할 수 있게 해 이런 강제매도를 줄인다.
대상은 뉴욕연방준비은행에 계정을 가진 해외 중앙은행과 국제통화당국 가운데 연준의 승인을 받은 기관이다. 거래 만기는 오버나이트 또는 7일이며, 정상적인 민간 Repo 금리보다 불리한 백스톱 금리를 적용해 시장이 정상일 때 일상적으로 이용하기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FIMA Repo는 달러 스와프라인과도 다르다. 스와프라인은 해외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연준에 제공하고 달러를 받는 구조지만, FIMA Repo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린다. 연준은 달러로 거래하고 미국 국채를 담보로 받기 때문에 환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기사에서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할 때 미국 국채를 직접 팔지 않고 FIMA Repo를 활용했다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달러 유동성은 확보하면서 장기국채 시장의 매도 압력은 피한 것이다.
장기국채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이유?
처음 생각은 안전자산인 채권이 가지고 있는 무위험 수익률이 올라가서라고 가정을 했다.
질문의 출발점처럼 무위험 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맞다. 다만 그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만기는 30년이지만 차주가 중간에 집을 팔거나 대출을 갈아타면서 조기상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현금흐름의 평균 기간인 듀레이션이 10년 국채와 비교적 가까워 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를 주요 기준으로 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 10년 국채 금리 + MBS 스프레드 + 대출기관 비용·마진
투자자가 거의 같은 기간의 무위험 국채에서 5%를 받을 수 있다면, 조기상환 위험과 유동성 위험이 있는 MBS나 주택담보대출에는 그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따라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모기지 금리도 올라간다.
다만 두 금리가 항상 같은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거나 조기상환 예측이 어려워지고 MBS 매수 수요가 줄면 MBS 스프레드가 벌어져 주담대 금리가 국채 금리보다 더 많이 오를 수 있다.
회사채도 같은 원리로 가격이 결정된다.
회사채 금리 = 동일 만기의 국채 금리 + 신용 스프레드
국채 금리는 달러 자금의 시간가치와 무위험 수익률에 가까운 기준선이다. 기업은 미국 정부보다 부도 가능성이 높고 거래 유동성도 낮으므로 투자자에게 추가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이 추가 보상이 신용 스프레드다.
예를 들어 10년 국채 금리가 4.5%이고 한 기업의 신용 스프레드가 1.5%포인트라면 회사채 금리는 약 6.0%가 된다. 국채 금리가 5.0%로 오르고 스프레드가 그대로라면 회사채 금리는 약 6.5%로 올라간다.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면 신용 스프레드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국채 금리 상승분보다 회사채 금리가 더 크게 오른다. 결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은 기업의 신규 차입과 기존 부채 차환 비용을 높여 투자와 고용에도 영향을 준다.
TGA란 무엇인가?
TGA는 Treasury General Account, 즉 미국 재무부 일반계정이다. 쉽게 말하면 연준에 개설된 미국 정부의 주거래 당좌계좌다.
세금이 들어오거나 국채를 발행하면 TGA 잔액이 늘어난다. 정부가 공무원 급여, 사회보장 지출, 국채 이자와 원금 등을 지급하면 TGA 잔액이 줄어든다.
TGA는 정부의 통장인 동시에 시중 유동성에도 영향을 준다.
- TGA 증가: 세금과 국채 대금이 민간 은행계좌에서 TGA로 이동해 은행 지급준비금이 감소한다.
- TGA 감소: 정부 지출이 민간 계좌로 지급되면서 은행 지급준비금이 증가한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같다면 TGA가 늘어날 때 은행 지급준비금은 그만큼 줄어 금융여건이 긴축되고, TGA가 감소할 때는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기사에서는 TGA 여유 자금을 장기국채 바이백에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TGA 자금으로 장기채를 사면 매도자의 은행계좌로 자금이 지급되어 지급준비금이 늘고 장기채 수요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유동성 공급 효과를 ‘스텔스 QE’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에서도 재무장관은 TGA를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관측을 부인했다. TGA는 정부 지출과 채무상환에 필요한 현금 완충장치이므로 임의로 소진하기 어렵고, 사용 후 국채 발행으로 다시 채우면 유동성 효과도 되돌려질 수 있다. 따라서 TGA 바이백은 현재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논의로 봐야 한다.
장기금리를 누르면 왜 달러가 약해질 수 있을까?
해외 투자자가 미국 장기국채를 보유하는 이유에는 높은 금리와 달러 안전자산이라는 신뢰가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시장 개입으로 장기금리를 낮추면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수익이 줄고, 재정적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금리만 통제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해외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 대신 달러 가치 하락 위험을 요구하거나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일 수 있다. 달러 수요가 약해지면 환율을 통해 미국 자산의 실질 가치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 기사의 논리다.
하지만 장기금리 억제가 곧바로 달러 약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금리, 글로벌 위험회피, 미국 성장률과 연준 정책도 달러 가치를 함께 결정한다. 위기 때에는 미국 금리가 낮아져도 안전자산 수요로 달러가 강해질 수 있다.
따라서 더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장기금리만 인위적으로 억제한다는 신호가 강해지면, 미국 국채와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정리
이번 정책의 핵심은 장기부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국채의 만기와 시장 유통구조를 조정하는 데 있다. T-bill 발행과 장기채 바이백은 장기물 공급 부담과 유동성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지만, 대신 단기 차환과 이자비용 위험을 키운다.
FIMA Repo는 해외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를 강제로 매도하지 않고 달러를 확보하게 해 국채시장의 급격한 매도 압력을 막는다. TGA는 미국 정부의 통장이면서 잔액 변화가 은행 지급준비금과 시중 유동성을 움직이는 통로다.
장기국채 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정부만의 이자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장기국채 금리에 MBS 위험 프리미엄을, 회사채 금리는 국채 금리에 신용 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된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함께 높아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바이백으로 장기금리를 잠시 낮출 수 있느냐가 아니다.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그대로라면 기간 프리미엄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장기국채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근본적인 조건은 지속 가능한 재정과 물가 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