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뉴스(26.9.17.)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74억 달러 규모의 종합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부지 정비, 2027년 착공을 거쳐 2029년 시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설에서는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카드뮴·갈륨·게르마늄·팔라듐 등 총 13종의 금속을 생산할 예정이다. 일반 황산과 반도체급 고순도 황산도 함께 생산한다. 13종 가운데 금과 카드뮴을 제외한 11종은 미국의 2025년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된다.
프로젝트는 국내 경영권 분쟁과도 연결돼 있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미국 정부와 투자자의 참여를 사업 능력과 글로벌 신뢰의 근거로 제시한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대규모 투자의 경제성과 자금조달 구조,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사의 중심에는 경영권 분쟁이 있지만, 산업적으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미국은 왜 광산이 아니라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과 종합제련소에 투자하는가?

제련 : 광석을 산업용 금속으로 바꾸는 과정
광산에서 캔 광석을 공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광석에는 필요한 금속뿐 아니라 암석과 불순물, 여러 종류의 금속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과정은 다음과 같다.
채굴 → 선광 → 제련 → 정련 → 고순도 금속 → 부품·완제품
선광은 광석을 분쇄한 뒤 금속 성분의 농도를 높여 정광을 만드는 과정이다. 제련은 정광에 열을 가하거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금속을 분리하는 단계다. 이후 정련을 통해 불순물을 더 제거하고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순도로 높인다.
제련 방식에는 고온을 이용하는 건식제련, 용액과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습식제련, 전기를 이용해 금속을 회수하거나 순도를 높이는 전해공정 등이 있다. 어떤 방식을 조합할지는 원료의 성분과 생산하려는 금속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광산을 보유하는 것과 실제 산업에 사용할 금속을 생산하는 것은 별개의 능력이다. 광물을 채굴하더라도 제련·정련 시설이 없다면 정광을 해외로 보내 처리한 뒤 완성된 금속을 다시 수입해야 한다.
한 제련소에서 왜 13종의 금속을 생산할까?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핵심은 단순히 큰 아연제련소를 건설하는 데 있지 않다.
원료에 소량 포함된 여러 금속을 동시에 분리하고 회수하는 종합제련소라는 점이 중요하다.
갈륨·게르마늄·인듐·텔루륨 같은 금속은 독립된 광산에서 주력 광물로 채굴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부분 아연·연·동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회수된다.
- 아연 계열 원료에서는 인듐·갈륨·게르마늄·카드뮴 등을 회수할 수 있다.
- 연·동 계열 원료에서는 금·은·비스무트·안티모니·텔루륨·팔라듐 등을 회수할 수 있다.
- 황화광 제련 과정의 이산화황은 회수해 황산으로 만들 수 있다.
주력 금속만 생산하면 미량 금속이 폐기물에 남거나 환경오염원이 된다. 반면 복잡한 분리 기술을 갖춘 기업은 이를 다시 상품으로 만들어 원료의 가치를 높이고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에서 평가받는 이유도 아연 하나의 생산기술보다 다양한 금속을 경제적으로 회수하는 공정 능력에 있다.
실제 금속별 회수량과 수율은 투입하는 정광·재활용 원료의 구성과 공정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13종의 생산이 계획돼 있다는 사실이 모든 원료에서 13종을 동일하게 뽑아낸다는 뜻은 아니다.
13종의 금속 사용처
| 금속 | 주요 사용 산업 | 미국 핵심광물 |
| 아연 | 철강 도금, 자동차 차체, 건설자재, 황동, 배터리 | 포함 |
| 연 | 납축전지, 비상전원장치, 방사선 차폐, 탄약 | 포함 |
| 동 | 전선·케이블, 전력망, 반도체 배선, 데이터센터, 전기차 | 포함 |
| 금 | 반도체 접합·커넥터, 항공우주, 귀금속 | 제외 |
| 은 | 태양광 전극, 전자회로, 전기접점, 배터리 | 포함 |
| 안티모니 | 난연제, 납축전지 합금, 탄약, 반도체 | 포함 |
| 인듐 | 디스플레이 투명전극, 터치스크린, 반도체, 태양전지 | 포함 |
| 비스무트 | 의약품, 저융점 합금, 무연 소재, 원자력 분야 | 포함 |
| 텔루륨 | 박막 태양전지, 열전소자, 금속 합금 | 포함 |
| 카드뮴 | 니켈카드뮴전지, 박막 태양전지, 안료·도금 | 제외 |
| 갈륨 | 전력·통신 반도체, LED, 5G, 레이더 | 포함 |
| 게르마늄 | 광섬유, 적외선 센서, 야간투시경, 위성 태양전지 | 포함 |
| 팔라듐 | 자동차 촉매, 전자부품, 수소 정제, 화학 촉매 | 포함 |
아연·연·동은 사용량이 많은 기초금속이다. 건설과 자동차, 전력망처럼 산업 전반의 기반을 이룬다.
반면 갈륨·게르마늄·인듐·텔루륨은 생산량은 적지만 반도체·통신·방산·우주산업과 태양광에 사용돼 대체가 어렵다.
카드뮴은 미국 핵심광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제련 과정에서 반드시 분리·관리해야 한다. 독성이 강해 회수하지 않으면 환경오염원이 되지만 적절히 정제하면 배터리와 박막 태양전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핵심광물은 단순히 희귀한 광물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법상 핵심광물은 미국 경제나 국가안보에 필수적이고, 공급망 중단에 취약하며, 없을 경우 제품 제조와 안보에 중대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 비연료 광물을 말한다.
따라서 핵심광물이 반드시 지질학적으로 희귀한 것은 아니다. 구리·아연처럼 널리 사용되는 금속도 미국 내 생산과 제련능력이 부족하거나 공급 중단의 경제적 충격이 크면 핵심광물이 될 수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은 2025년 목록을 60종으로 확대하면서 구리·연·은 등을 새로 포함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 방산과 제조업에서 이들 금속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와 수입의존도, 생산국 집중도가 바뀌면 목록도 달라진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이 생산할 금속 가운데 아연·연·동·은·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갈륨·게르마늄·팔라듐이 이 목록에 포함된다. 금과 카드뮴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제련업의 현 상태 : 미국 제련산업은 붕괴했을까?
‘붕괴’는 다소 강한 표현이지만 미국 제련업의 장기적인 축소를 설명한다. 미국은 광물자원이 없는 국가가 아니다. 문제는 광석과 정광을 고순도 금속으로 바꾸는 중간 단계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자국에 광물자원이 있어도 상업적 가공 능력의 상당 부분을 해외, 특히 중국에 넘겨줬다고 평가한다. 광물을 채굴한 뒤 해외에서 정제하고 완성된 금속을 다시 수입하는 구조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아연 산업의 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1968년 14개 주요 아연제련소가 가동됐지만 이후 대부분 폐쇄됐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1990년 제련능력은 1968년의 약 40%까지 감소했다. 최근까지 니르스타의 클락스빌 공장은 미국에서 유일한 1차 아연제련소였다.
제련업이 약해진 이유는 막대한 설비투자, 높은 전력비와 인건비, 환경오염 처리 비용, 긴 인허가 기간, 저비용 생산국과의 경쟁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장이 줄어들면 숙련인력과 장비업체, 원료 조달망까지 함께 사라져 다시 산업을 세우는 비용도 커진다.
미국이 프로젝트 크루서블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시장가격만으로 복원하기 어려운 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의미다.
프로젝트 크루서불(Project Crucible)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의 펀드 이름이 아니라 미국 종합제련소 건설사업의 명칭이다. 사업 아래에는 자금조달과 운영을 담당하는 여러 법인이 연결돼 있다.
- Crucible JV: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합작 투자기구
- Crucible Metals Holdings: 고려아연 측 미국 지주회사
- Crucible Metals LLC: 제련소 건설·운영 사업법인
- Crucible Zinc: 클락스빌 현지 사업 수행 법인
고려아연 투자설명자료에 따르면 총사업비 약 74억 달러는 미국 정부·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JV 자금 약 19억4,000만 달러, 고려아연 직접 출자 약 5억8,000만 달러, 미국 정부기관 등의 대출 약 47억 달러, CHIPS법 보조금 약 2억1,000만 달러 등으로 구성된다. 시설 건설비는 약 66억 달러이며 나머지는 운전자금과 금융비용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가 자본 부담의 90% 이상을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부 자금 비중이 높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위험이 작다는 뜻은 아니다. 차입금 보증, 공사비 초과, 북미 원료 확보, 가동률 상승 지연과 금속가격 변동을 누가 부담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 투자자의 지지와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
미국 정부와 투자자가 현재의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는 것은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 결정에는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 온산제련소 운영 경험과 현 경영진이 구축한 협상 관계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투자자의 지지가 국내 경영권 분쟁에서 현 경영진의 모든 결정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경영권 분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사업의 전략적 가치를 부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다음 조건이다.
- 경영진이 바뀌면 투자계약을 재협상해야 하는가
- 미국 정부와 투자자가 요구하는 중국 배제 조건은 무엇인가
- 고려아연의 추가 출자와 지급보증 의무는 어디까지인가
- 공사비가 74억 달러를 넘으면 누가 부담하는가
- 미국 법인에 이전되는 기술의 범위와 보호장치는 무엇인가
- 생산한 금속을 장기간 구매할 고객이 확보돼 있는가
투자자의 지지는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주는 신호다. 그러나 사업의 수익성과 지배구조를 대신 판단해 주는 보증서는 아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세 가지 요소가 만나는 사업이다. 고려아연의 다금속 회수·제련 기술, 미국의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정책, 그리고 고려아연 내부의 경영권 경쟁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방산,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자국에서 생산하려 하지만 제품에 들어갈 금속을 정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완제품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도 소재의 제련·정련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공급망 자립은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핵심광물 시대의 경쟁력은 광산을 보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광석에 섞인 여러 금속을 경제적으로 분리하고 고순도로 정제하는 능력이 공급망의 진짜 병목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이 미국의 산업안보 자산으로 평가받는 사례다. 동시에 대규모 차입과 건설, 원료 확보, 기술이전과 경영권 문제가 결합된 고위험 사업이기도 하다. 사업의 규모나 미국 정부의 참여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과 수익을 확보하고 어떤 위험을 부담하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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